맞벌이 가정이 늘어나고 초등학생 자녀 돌봄 공백 문제가 심화되면서 부모들의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을 앞둔 ‘육아기 10시 출근제’는 부모의 돌봄 시간을 확대하고, 기업 현장에 새로운 근로 문화를 정착시키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육아기 10시 출근제란?
육아기 10시 출근제는 만 12세 이하 자녀를 둔 학부모, 그중에서도 특히 유아기와 초등학생 자녀를 둔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근로시간 단축 제도입니다.
제도의 핵심은 임금 삭감 없이 하루 1시간 근로를 줄여주고, 대신 출근 시간을 오전 10시로 늦출 수 있게 한다는 점입니다.
즉, 기존 9시 출근이 원칙인 직장 환경에서 학부모가 오전 10시에 출근하더라도 근로시간 단축분이 임금에서 차감되지 않도록 보장해주는 제도라 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부모는 아침 시간대에 자녀를 돌보거나 등교를 챙길 수 있으며, 아이가 비교적 독립적인 생활을 시작하는 초등 저학년 시기의 돌봄 공백을 줄일 수 있습니다.
육아기 10시 출근제 도입 배경
육아기 10시 출근제는 사실 광주광역시가 2022년 전국 최초로 도입한 정책에서 출발했습니다. 당시 광주시는 ‘초등생 학부모 10시 출근제’라는 이름으로 중소기업 근로자를 대상으로 제도를 시범 운영했습니다.
이 제도는 큰 호응을 얻었는데, 특히 돌봄 공백 문제에 시달리던 맞벌이 학부모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졌습니다. 이후 전주, 수원, 경북 등 여러 지자체가 벤치마킹을 통해 유사 정책을 추진하면서 확산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결국 정부는 광주의 모델을 바탕으로 국가 차원의 육아기 지원정책으로 격상시켰고, 2025년 정부 예산안에 반영하면서 2026년부터 전국적으로 시행하기로 확정했습니다.
육아기 10시 출근제 적용 대상과 지원 조건
광주시의 원래 정책은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에게 한정되었고, 사용 기간도 2개월로 제한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국가 정책으로 확대되면서 다음과 같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 대상 확대
기존: 초등학생 학부모
변경: 유아기 자녀(만 0세~취학 전)와 초등생 자녀 학부모 모두 포함
* 지원 기간 확대
기존: 최대 2개월
변경: 최대 1년까지 가능
* 적용 사업장
300인 미만 중소기업 근로자가 중심이지만, 전국 시행 시점에는 규모와 업종을 불문하고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될 가능성이 큽니다.
육아기 10시 출근제 기대효과
육아기 10시 출근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기대되는 효과는 다양합니다.
* 돌봄 공백 해소
초등학교 저학년은 하교 시간이 짧아 맞벌이 가정에서 돌봄 공백이 심각한 시기입니다. 아침 시간의 출근을 늦춤으로써 부모가 아이의 등교를 챙기고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습니다.
* 일·가정 양립 문화 확산
근로시간 유연화가 제도적으로 보장되면서 기업 문화 자체가 변화할 수 있습니다. 특히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부모에게는 큰 도움이 됩니다.
* 출산·육아 친화적 사회 환경 조성
저출산 문제가 국가적 위기로 떠오른 가운데, 실질적인 육아 지원책은 출산 장려와 인구 정책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 정부 추진 주 4.5일제와 시너지
현재 정부가 시범 검토 중인 ‘주 4.5일제’와 결합할 경우 근로시간 단축과 워라밸 문화가 한층 강화될 수 있습니다.
다른 육아 지원 제도와의 차별성
이미 우리나라에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라는 법적 제도가 존재합니다. 다만 이 제도는 일정 비율의 임금이 삭감되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활용에 제약이 있었습니다.
반면 육아기 10시 출근제는 임금 삭감이 없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차별화됩니다. 경제적 부담 없이 근로시간 단축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현장에서 더 많은 부모들이 제도를 선택할 가능성이 큽니다.
기업 입장에서의 고려사항
기업 입장에서는 제도의 도입이 단순히 긍정적인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근로자가 출근을 늦추면 업무 공백이 발생하거나, 조직 운영에 유연성이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보완책이 필요합니다.
* 업무 인수인계 체계 강화: 오전 시간대의 업무 공백을 줄이기 위한 팀 단위 조정
* 재택근무·시차출퇴근제와의 병행 운영: 기업별 환경에 맞춘 근로 유연화 패키지 마련
* 정부 지원금 및 보조제도 활용: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지원 방안 마련
육아기 10시 출근제 해외 사례와 비교
해외 주요 선진국에서도 유사한 육아 친화적 근로시간 제도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 독일: 부모 휴가제도가 발달해 육아 기간 동안 탄력 근무가 보편화
* 프랑스: 자녀 돌봄을 위한 근로시간 단축 및 사회적 지원이 잘 정비
* 일본: 저출산 극복을 위해 ‘프리미엄 프라이데이’, ‘시차출근제’ 등을 도입
이와 비교했을 때 한국의 육아기 10시 출근제는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임금 삭감 없는 단축 보장이라는 점에서 실효성이 높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육아기 10시 출근제 향후 과제
* 제도의 정착
제도가 형식적으로만 존재하지 않고 실제로 부모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기업 현장에 뿌리내려야 합니다.
* 대상 확대 논의
현재는 유아·초등생 학부모에 한정되어 있지만, 중학생 이상 자녀를 둔 부모도 일정 부분 돌봄 수요가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단계적 확대 논의가 필요합니다.
*중소기업 지원 강화
인력 여유가 없는 중소기업은 제도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므로, 정부 차원의 인건비 지원이나 대체 인력 지원책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육아기 10시 출근제는 단순한 근로시간 단축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부모가 자녀와 보내는 시간을 보장해 주는 동시에, 기업 문화와 사회 시스템 전반을 변화시킬 수 있는 촉매제가 될 수 있습니다.
2026년 전국 시행을 앞두고 있는 만큼, 제도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정부, 기업, 노동자가 함께 협력해야 할 시점입니다. 워라밸과 저출산 문제 해결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풀어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